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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rance

[향수 후기] 🌼 산타마리아노벨라 엔젤 디 피렌체(엔젤 오브 플로렌스): 깨끗한 흰 천에 덮인 복숭아 바구니

이미지 출처 산타마리아노벨라 공식 홈페이지

 
산타마리아노벨라에서 프리지아와 더불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향수, 엔젤디피렌체(엔젤오브플로렌스)입니다.
 


 

AI 생성 이미지

🌼 산타마리아노벨라 엔젤 디 피렌체 (엔젤 오브 플로렌스) 정보

 

향수의 이름이 엔젤 디 피렌체라고 불리기도 하고, 엔젤 오브 플로렌스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피렌체/플로렌스는 이탈리아의 같은 도시를 원어 기준으로 부르는지 영어 기준으로 부르는지의 차이인데요, 결국 뜻은 '피렌체의 천사들' 입니다.
 
엔젤 디 피렌체는 산타 마리아 노벨라가 2006년에, 1966년 피렌체 대홍수 직후 도시를 복구하기 위해 몰려온 자원봉사자들, 이른바 Mud Angels(진흙의 천사들)에게 바치는 헌정의 의미로 만든 향수입니다.

수백 년 동안 보관돼 온 도서관의 필사본, 교회 벽화, 회화와 조각들이 진흙과 강물 속에 잠겨버린 그해 겨울, 피렌체가 완전히 무너졌을 때 전 세계 젊은이들이 스스로 삽과 양동이를 들고 도시로 뛰어들었죠. 그들의 손으로 퍼낸 진흙, 닦여 나간 책 페이지, 복구된 예술품들, 그 모든 풍경에서 피어오르던 희망의 공기가 이 향의 분위기로 남아 있습니다.
 

엔젤 디 피렌체 노트 시각화 (AI 생성 이미지)


🌼 산타마리아노벨라 엔젤 디 피렌체 (엔젤 오브 플로렌스) 노트

Top note: 복숭아, 오렌지
Middle note: 마린 노트, 자스민, 블랙커런트
Base note: 샌달우드, 바닐라, 머스크

(공식홈 기준)
 

Top note: 자스민, 시클라멘, 일랑일랑
Middle note: 멜론, 복숭아, 아이리스, 블랙커런트
Base note: 화이트 머스크, 바닐라, 프레셔스 우드

(프래그런티카 기준)
 
마린 노트는 바다를 연상시키는 합성 노트입니다. 짠내·파도·바닷바람 같은 느낌을 표현하는데, 실제 바닷물을 쓰는 게 아니라 아쿠아틱(Aquatic) 계열의 향료 조합으로 만들어져요. 즉, 물·바람·습기 같은 ‘실체 없는 청량함’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합성 향료들입니다. 마린 노트는 깨끗하고 시원한 ‘물의 레이어’를 더해주며, 향 전체에 투명감·산뜻함·공기 흐름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시클라멘은 겨울철 꽃인데, 식물 자체에서 추출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개 합성된 플로럴 노트로 표현됩니다. 꽃 비누 같은 느낌과 함께 물기 머금은 부드러운 꽃향을 갖고 있어요. 쨍하거나 진한 화이트 플로럴이 아니라, 깨끗하고 약간 차가운 플로럴 느낌을 줍니다. 향수에서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고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프레셔스 우드는 특정 나무 한 종류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귀한 목재들’의 추상적 조합을 의미합니다. 샌달우드·가이악우드·로즈우드 같은 크리미하거나 스모키한 우드를 혼합해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AI 생성 이미지


🌼 산타마리아노벨라 엔젤 디 피렌체 (엔젤 오브 플로렌스) 향

🌿 엔젤 디 피렌체의 첫 느낌은, 꽃과 과일이 은은하게 스며드는 인상이었습니다. 달콤하다는 감각이 들긴 하지만, 탑에서 확 치고 들어오는 과즙의 달달함이 아니라 멀리서 은근하게 번지는 부드러운 단내에 가까워요. 복숭아와 오렌지가 만드는 과일 향이 공기 속에 퍼져 있는데, 선명한 과즙 같은 느낌은 아니고, 저 멀리 어딘가에 있는 과일의 흔적 같은 느낌입니다.
 
🌼 중간 향으로 넘어가면 파우더리함과 플로럴이 본격적으로 올라옵니다. 화이트 플로럴 특유 뉘앙스가 드러나면서, 처음에 느껴졌던 과일의 상큼함은 점점 여러 겹의 코튼 아래로 들어가 부드럽게 남아 있고, 전체는 훨씬 포근하고 파우더리한 인상으로 변화합니다. 이 단계는 사람에 따라 “따뜻하고 부드럽다” 혹은 “조금 텁텁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과일의 상큼한 느낌을 더 많이 잡아내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플로럴+파우더가 더 크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을 듯합니다.
 
🪵 시간이 지나면 머스크와 샌달우드가 자리를 잡고, 과일향 대신에 바닐라의 은근한 단내가 남습니다. 탑의 상큼함은 거의 사라지고, 대신 부드러운 머스크 계열의 살내음으로 변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향수 냄새라기보다, “그냥 좋은 냄새가 나는 사람” 같은 자연스러운 인상에 가까워요.


엔젤 디 피렌체에서 마린 노트는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다고 느껴서 저도 처음에 향을 맡으면서 의아했는데요, 마린 노트가 도드라지는 조 말론의 '우드 세이지 앤 씨솔트'나, 메종 마르지엘라의 '세일링 데이' 에 비하면 엔젤 디 피렌체는 마린 노트가 있는건가? 싶은 정도의 느낌이었거든요. 개인적인 생각으로 엔젤 디 피렌체에서 마린 어코드가 해주는 역할은, 향 전체가 지나치게 쨍해지거나 파우더리해지지 않도록 공기감을 주어서 가볍게 해주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전반적인 인상을 눈앞의 쨍한 복숭아나, 짙은 파우더리함이 아니라 바람을 타고 어딘가에서 실려오는 향기 정도로 정돈해주는 느낌? 정도로 짐작해 봅니다.


AI 생성 이미지

엔젤 디 피렌체의 후기를 보면 샴푸향, 비누향 같다는 말도 많고, 포근하다, 살짝 텁텁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 향은 상큼달달한 샴푸 향과 포근한 파우더리 향 사이 어딘가에 위치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샴푸나 비누보다는 살짝 파우더가 가미된 바디로션에 더 가깝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상큼함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파우더와 플로럴 아래에서 잔잔히 깔려 있는 정도로 봤습니다. 최종적 인상은 포근하고 깨끗, 부드럽다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엔젤 디 피렌체의 향을 한 장면으로 축약한다면, 저에게는 포근한 코튼으로 바닥을 겹겹이 깔아 두고, 그 위에 껍질을 까지 않은 복숭아를 둔 다음, 다시 한 번 하얗고 반투명한 천으로 그 위를 덮은 느낌입니다. 르누아르의 복숭아 정물도 생각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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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타마리아노벨라 엔젤 디 피렌체 요약
분류: EDC
계열: 프루티 플로럴
지속력: 2~4시간
한줄평: 햇볕 좋은 봄에 흰 천 사이로 어디선가 실려오는 복숭아향
계절감: 봄, 초여름
분위기: 포근한, 은은한, 부드러운, 깨끗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