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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rance

[향수 후기] 🧶 디올 떼 카슈미르: 포근한 캐시미어의 이데아

이미지 출처 디올 공식 홈페이지

디올에서 구현한 향으로 맡는 캐시미어, 떼 카슈미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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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 카슈미르 정보

떼 카슈미르는 디올의 하이엔드 향수 컬렉션인 '라 콜렉시옹 프리베(La Collection Privée)' 라인의 향수 중 하나입니다. 라 콜렉시옹 프리베의 향수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미스 디올', '쟈도르' 와 같은 메인스트림 향수들과 대조적으로, 보다 실험적인 니치 감성의 향수들입니다. 가격도 기존의 향수들보다는 조금 더 고가라, 50ml에 297,000원, 100ml에 450,000원 가량입니다.

 

떼 카슈미르의 조향사는 프랑수아 드마쉬(François Demachy)입니다. 프랑수아 드마쉬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디올의 수석 조향사로 일하면서, 디올 옴므, 미스 디올 쉐리, 미스 디올 EDP, 소바쥬와 같은 디올의 메인급 유명한 향수들을 만들었고, 라 콜렉시옹 프리베 라인을 총괄하며 앙브르 뉘, 발라드 소바쥬, 슈발 블랑과 같은 향수들도 조향했습니다. 또, 디올 뿐 아니라 아쿠아 디 파르마의 로사 노빌레, 피오니아 노빌레, 미르토 디 파나레아 등의 좋은 향수들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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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 카슈미르 노트

Top note: 쁘띠그레인, 베르가못, 레몬, 비터 오렌지
Middle note: 화이트 티, 헤디오닌, 허니서클, 마그놀리아, 블랙커런트, 로즈
Base note: 마테, 머스크, 아이소 E 슈퍼, 스모크, 오리스

(프래그런티카 기준)

 

아쉽게도 디올은 공식 홈페이지에 향수의 노트들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식 홈페이지에 직접 언급이 되어 있는 향은 화이트 플라워, 베르가못, 티, 머스크입니다. 떼 카슈미르에는 좀 생소한 노트가 많은데요, 하나하나 알아보겠습니다.

 

쁘띠그레인은 오렌지나무의 잎과 작은 가지에서 추출되는 원료로, 과일의 달콤함보다는 그린함이 좀 더 강한 원료입니다. 오렌지 껍질보다 씁쓸한 그린 톤이 있고, 살짝 우디한 아로마가 스며 있어서 향을 깨끗하게 시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헤디오닌은 재스민의 한 부분을 떼어낸 듯한 합성 원료로, 재스민처럼 꽃향이 나는데 절대 무겁거나 진하지 않아요. 매우 투명하고 공기 같고, 이슬 맺힌 꽃잎의 기운 정도만 남아 있는 느낌이에요.

 

마테는 남미에서 마시는 마테차 잎 향인데, 티 계열 중에서도 가볍지만 약간 쌉싸름한 허브티 느낌을 줍니다. 화이트 티보다 살짝 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차향다운 느낌이 있습니다.

 

아이소 E 슈퍼는 매우 부드럽고 실키한 우디 향을 가진 합성 원료입니다. 시더우드보다 훨씬 가볍고 은은해서, 지나치게 존재감이 강하지 않으면서 향의 베이스를 잡아줍니다.

 

오리스는 아이리스 뿌리를 오래 건조·숙성해서 만든 원료로, 꽃향이라기보다는 파우더리한 우디 향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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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 카슈마르 향

 

떼 카슈미르를 처음 뿌리면 청결감과 함께 조금 씁쓸한 향이 먼저 올라옵니다. 시트러스 노트들의 쌉쌀함, 그리고 쁘띠그레인의 그린함이 같이 올라와서 깨끗하고 씁쓸, 상쾌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모든 향이 과하지 않고, 아주 은은하게 신선한 느낌을 줍니다.

 

미들로 넘어가면 화이트 플로럴들과 차향의 조화가 마치 진짜 캐시미어 니트의 질감과 같은 부드러움을 줍니다. 이런 포근하고 부드러운 향기는 베이스까지 쭉 지속이 되는데, 주의 깊게 맡아 보면 플로럴 노트들, 티 노트들과 머스크가 어우러져서 향수다운 기분 좋은 풍성함을 만들어 줍니다. 잔향으로 갈수록 더욱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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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 공식 홈페이지에서 향을 "포근한 캐시미어 의상을 입은 손님들이 한데 모여 앉아 도란도란 차를 마시는 순간을 포착해낸 듯한" 향이라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맞는 느낌입니다. 전체적으로 캐시미어에서 날 것 같은 향을 정말 잘 재현했다는 느낌이 들어요. 실제 캐시미어 원사가 이런 향이 나는 것은 아니지만, 질 좋은 캐시미어의 질감에서 느껴지는 포근하고 실키한 질감과, 막 세탁이 끝나 찬 배란다에 널려 있던 캐시미어 니트에 코를 박고 향을 맡을때의 코가 찡한 씁쓸함까지 느껴지는 듯합니다. 그 위에 화이트 티가 은은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어서, 도란도란한 티타임이라는 설명도 납득이 갑니다.

 

클린의 캐시미어도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요, 이 향수도 마찬가지로 탑의 그린·시트러스, 미들의 화이트 플로럴, 베이스의 머스크·우디 조합으로 캐시미어 같은 느낌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두 향수의 세부적인 느낌은 조금 다른데요, 클린 캐시미어는 갓 세탁한 코튼·울 니트에서 나는 뽀송하고 산뜻한 향에 더 가깝고, 디올의 떼 카슈미르는 세탁향보다는 머릿속 이상적인 캐시미어 텍스처를 향으로 구현한 실키함이 훨씬 강조됩니다. 클린 캐시미어보다는 구조적으로 훨씬 부드럽고, 섬세하게 예쁜 느낌입니다.

 

디올의 떼 카슈마르는 종합적으로 보면 저에게, 머릿속의 이상적인 "캐시미어는 이런 느낌일 것 같다"라는 감각을 향으로 구현한 느낌이었습니다. 실제보다 더 아름답고 실감나는, 필터를 한 겹 씌운 현실이라고 할까요.  질 좋은 캐시미어 니트를 만졌을 때 느껴지는 공간감 있는 포근함, 차르르한 실키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방 어딘가로부터 나는 차의 냄새까지 모두 향에서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데일리로 뿌리기에 부담 없이 담백한 동시에, 지루하지 않고 풍성하고 예쁜 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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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떼 카슈미르 요약

분류: EDP
계열: 티, 머스크
지속력: 2-4시간
한줄평: 차향이 은은하게 불어오는 낮 포근한 캐시미어를 껴안은 느낌
계절감: 봄, 가을, 겨울
분위기: 깨끗한, 포근한, 우아한, 정제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