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생로랑의 아이코닉한 시스루 블라우스로부터 영감을 받은 향수인 '블라우스'입니다.

👚 YSL 블라우스 오 드 퍼퓸 향수 정보
르 베스티에르 데 파르퓸(Le Vestiaire des Parfums)은 '향수들의 옷장'이라는 뜻으로, YSL의 상징적인 쿠튀르 아이템들을 향으로 재해석한 하이엔드 컬렉션입니다. 턱시도, 블라우스, 점프수트처럼 YSL을 상징하는 의상들이 각각의 향수로 번역된 시리즈예요.
그 중 블라우스는 1968년 이브 생 로랑이 발표한 씨스루 블라우스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속이 비치는 얇은 쉬폰 패브릭으로 여성의 상반신을 드러낸 이 블라우스는 당시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여성 해방의 상징이자 관습에 대한 도전으로 패션사에 남았습니다. 조향사 퀸틴 비쉬(Quentin Bisch)는 이 쉬폰 블라우스의 투명함과 관능, 그리고 '무엄함(impertinence)'을 장미로 옮기고자 했습니다.

👚 YSL 블라우스 오 드 퍼퓸 향수 노트
Top note: 갈바넘, 베르가못, 핑크 페퍼
Middle note: 로즈, 로지폴리아
Base note: 안젤리카, 머스크, 캐시미란
갈바넘은 꺾은 풀줄기에서 나는 쌉싸름하고 생생한 그린 향이에요. 봄날 갓 돋아난 식물의 줄기를 자를 때 나는 날카로운 풋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블라우스에서는 장미 줄기의 '꺾은 순간'을 재현하는 역할을 합니다.
로지폴리아는 장미꽃이 아니라 장미 '잎'에서 느껴지는 풋풋한 그린 향을 재현한 노트입니다. 꽃만 있는 장미가 아니라 잎과 줄기까지 있는 '한 송이 통째로'의 인상을 만들어줍니다.
안젤리카는 미나리과 허브로, 그린하고 허벌한데 살짝 머스키하고 신비로운 동물성이 섞여 있어요. 셀러리나 파슬리 같은 미나리과 특유의 풀줄기 향이 기본이지만, 건초 같은 달큰함과 이끼 낀 흙 같은 깊이가 있습니다. 이 향수에서는 장미 뒤에 은은하게 깔려서 '그냥 예쁜 로즈'로 끝나지 않게 그림자를 드리우는 역할을 합니다.
캐시미란은 합성 머스크 계열 원료인데, 따뜻하고 포근한 우디-머스크 향을 냅니다. 캐시미어 스웨터를 입었을 때의 포근함 같은 느낌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YSL 블라우스 오 드 퍼퓸 향
블라우스를 처음 뿌리면 달콤하면서 톡톡 튀게 시작합니다. 베르가못의 상큼함 위에 핑크 페퍼의 스파이시함이 살짝 얹혀서, 맵다기보다는 로지하고 스파클링한 첫인상을 만들어요. 이 시점에서 갈바넘도 살짝 고개를 내미는데, 쌉싸름한 풀줄기 향이 달콤함을 눌러주면서 향이 너무 달기만 하지 않게 균형을 잡아줍니다.
오프닝이 가라앉으면 장미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 장미가 매력적입니다. 파우더리하고 올드패션한 장미가 아니라, 장미수처럼 정제되고 부드러운, 호불호 안 탈 장미입니다. 미들에서는 실크의 부드러움이 연상되는데, 아주 얇은 속이 비치는 실크 느낌, 싱싱한 핑크빛 장미 꽃잎 하나를 따서 확대한 느낌이에요. 한 송이 통째의 풍성한 장미가 아니라, 꽃잎 한 장의 미세한 결까지 들여다보게 만드는 클로즈업된 장미입니다.
재미있는 건 이 장미가 엄청 매끈하지만은 않다는 점이에요. 꽃잎으로 따지면 살짝 오돌도톨한 조직감이 있고, 블라우스로 따져도 부드러운 매끈함 사이에 살짝 거친 감각이 남아있는 느낌입니다. 이는 갈바넘의 잔향과 안젤리카의 허벌한 존재감 때문인 것 같아요. 조향사 퀸틴 비쉬가 의도적으로 장미에 '줄기'의 거친 면을 남겨둔 결과입니다. 많은 리뷰어들이 이 향을 '비 온 뒤 갓 꺾은 장미'에 비유하는 이유도 여기 있어요.
베이스로 갈 때는 드라마틱한 변화 없이 부드럽게 마무리됩니다. 안젤리카의 허벌한 깊이와 캐시미란의 포근함, 화이트 머스크의 클린한 잔향이 장미를 받쳐주면서 은은하게 피부에 녹아들어요. 린하고 드라마 없는 구조라 탑-미들-베이스의 경계가 선명하지 않지만, 오히려 '투명한 실크 장미'라는 하나의 이미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는 일관성이 이 향수의 매력입니다.
전반적으로 굉장히 투명하고 정제된 느낌이 강하고,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존재감 있는 우아함이 있습니다. 향의 인상을 이미지로 축약하자면, 얇은 시폰 베일 너머로 비치는 싱싱한 핑크 장미 한 송이에 가장 가까울 것 같아요. 꽃잎의 결까지 들여다보이지만, 베일 때문에 완전히 드러나지는 않는, 그런 미묘한 투명함입니다.

👚 YSL 블라우스 오 드 퍼퓸 요약
분류: 오 드 퍼퓸
계열: 플로럴 우디 머스크
지속력: 4~6시간
한줄평: 시폰 베일 너머로 비치는 싱싱한 핑크 장미 한 송이
계절감: 봄, 초여름, 가을
분위기: 정제된, 우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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