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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agrance

[향수 후기] 프레데릭말 엉빠썽: 흐르는 물에 띄운 라일락꽃잎

출처 프레데릭말 공식 홈페이지

라일락 향이라고 하면 바로 아! 하며 생각나는 바로 그 향수, 엉빠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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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데릭말 엉빠썽 향수 정보

엉빠썽(En Passant)은 프랑스어로 “지나치는” 이라는 뜻입니다. 라일락 향 향수의 대명사이다 보니, 처음에는 오드 마그놀리아와 같은 직관적인 이름일 줄 알았어요. “프랑스어로 라일락이 엉빠썽인가?” 했는데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향기에 좀 더 어울리는 작명이러고 생각이 됩니다. 엉 빠썽의 향은 정말 봄비 온 날 잠깐 스쳐 지나가는듯한, 공간감 있고 가벼운 그런 향이거든요.

엉 빠썽의 조향사는 올리비아 지아베티(Olivia Giacobetti)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향들로 딥티크 필로시코스, 오프레지아를 조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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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데릭말 엉빠썽 향수 노트

Top notes: 스트림라인드 라일락, 큐컴버
Base notes: 화이트 머스크, 시더

(공식 홈페이지 기준)

Top note: 워터리 노트, 큐컴버, 갈바넘, 바질, 칼라무스, 오렌지, 바나나
Middle note: 라일락, 릴리 오브 더 밸리, 자스민, 쁘띠그레인, 허니, 로즈, 카네이션, 브룸
Base note: 머스크, 위트, 시더, 앰버, 샌달우드

(프래그런티카 기준)

갈바넘은 초록 식물의 수액에서 비롯한 노트로, 날카롭고 쌉싸름한 그린 향이 특징입니다. 막 줄기를 꺾었을 때 퍼지는 풀즙, 이파리의 생기 같은 느낌을 줍니다.

칼라무스는 습지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유래한 노트로, 스파이시하면서도 흙기 섞인 드라이한 향을 가집니다. 생강이나 시나몬처럼 톡 쏘는 향신료 느낌이 있지만 더 뿌리 쪽에 가까운, 약간 쌉싸름하고 어두운 뉘앙스예요.

쁘띠그레인은 오렌지나무의 잎과 작은 가지에서 추출되는 원료로, 과일의 달콤함보다는 그린함이 좀 더 강한 원료입니다. 오렌지 껍질보다 씁쓸한 그린 톤이 있고, 살짝 우디한 아로마가 스며 있어서 향을 깨끗하게 시작하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브룸은 스코치 브룸(Scotch broom)이라는 노란 꽃에서 영감을 받은 노트로, 실제 꽃 원료는 거의 쓰이지 않고 합성 향료의 조합으로 표현됩니다. 꿀 같은 향과 파우더리함이 섞인 따뜻한 꽃향이 특징입니다.

위트는 밀 자체를 추출한 원료가 아니라, 곡물 어코드를 만드는 합성 향료와 락톤 계열 성분으로 구성된 노트입니다. 말린 밀짚이나 곡식에서 느껴지는 고소하고 드라이한 향을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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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데릭말 엉빠썽 향


엉 빠썽을 처음 뿌리면 가장 먼저 느껴지는 것은 큐컴버 노트에서 오는 시원하고 맑은 물향입니다. 차갑게 식힌 공기처럼 가벼운 수분감이 먼저 퍼지고, 그 안에 살짝 라일락이 섞여 있는 것이 느껴집니다. 큐컴버 노트에서는 오이의 쌉싸름함은 있는 듯 없는 듯 하고, 워터리함이 극대화되었는데, 그래도 오이향을 많이 싫어하시는 분들은 좀 불호하실 수도 있어요. 꽃 향을 맡는다는 인상보다는 물가에 서 있을 때 느껴지는 공기 냄새에 더 가깝습니다. 아주 가볍고 싱그러운 워터리 노트가 중심을 잡고 있어, 따뜻한 봄날에 잠깐 내린 비가 떠오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초반의 물향은 잔잔한 배경처럼 유지됩니다. 라일락 향이 조금 더 도드라지는데, 이 역시 아주 선명하고 화려한 꽃향이라기보다는 물이나 바람에 섞인 여백 있는 향에 가깝습니다. 향의 밀도가 높지 않고 공간감이 좋아, 전형적인 향수 향이라기보다는 어딘가에서 전해져 오는 향처럼 느껴집니다.

엉 빠썽의 라일락은 정직하지만 화사한 부케 타입은 아닙니다. 풍성하게 피어 있는 꽃다발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고, 생화 특유의 꼬릿함이나 흙기도 거의 없습니다. 대신 라일락이라는 꽃의 이미지를 최대한 얇게 걸러낸 뒤, 물기와 공기 속에 녹여낸 인상에 가깝습니다. 자연스럽기는 하지만 생화 재현을 목표로 한 향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라일락을 이상적으로 정제한 모습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립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부담스럽지 않지만, 반대로 향수의 존재감을 기대한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계절로는 가을, 겨울보다는 봄, 여름에 잘 어울리며, 실내보다는 바람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더 잘 살아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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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빠썽의 향을 시각적으로 표현한다면, 햇살이 밝은 날 개울물에 잠긴 라일락 한 가지가 가장 가까운 이미지일 것입니다. 꽃보다 물과 빛이 먼저 보이고, 그 사이에서 라일락의 존재가 은은하게 전해지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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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데릭말 엉빠썽 요약

분류: EDP
계열: 워터리 플로럴, 그린
지속력: 2~4시간
한줄평: 투명한 물에 살짝 잠긴 라일락
계절감: 늦봄, 여름
분위기: 깨끗한, 투명한, 자연스러운